봄의 인연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빛과 함께 사라진 아이는 두 번 다시 못 볼 줄 알았더니, 자그마한 새싹이 되어 돌아왔다. 너무나도 소중해 정성을 다해 길렀더니, 금세 방긋방긋 웃는 그 모습에 지난 날을 떠올리게 만들어 추억에 젖은 석진. 벌써 몇년이 흘렀지. 국정전에서 처음 만난 날로부턴 3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려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1년까지 더한다면 총 4년일 텐데. 파리에서 월하가...

HOT GUY JK

23살. 요즘 학교생활을 하면서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매일 같이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봄, 정말 제이케이랑 한 집에 사는 거야?" "누가 그래?" "제이케이가 말하고 다니던데."

점점 희미해져가는 우주의 손을 보고 우주가 사라질까 석진이 우주를 꽈악 끌어안아 보인다. 웃음이 많던 우주도 오늘따라 석진의 표정이 슬퍼보여서 일까. 희미해진 손을 뻗어 석진의 볼을 만져보려고 하지만 살갗에 닿지 않고 통과해버리는 손에 울음을 터트린다. 아아 아가. 울지마렴. 조심히 끌어 안은 우주의 등을 토닥이며 어여쁜 아가를 달래주고 있었을까. 우당탕탕...

거기서 턴! 발 더 높게 들고! 강당에서 겨울의 목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무용이 한창 이어진다. 그 속에는 지민도 있을 터. 겨울이 한국대 실습 수업의 교수가 된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듯, 낯설지만 묘하게 겨울은 한국대에 어우러져 갔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겨울의 코칭은 스파르타식이였고, 어느새 수업시간이 훌쩍 지나 학생들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풀...

오래 머무를 줄 알았던 겨울은 식사가 끝난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주부터 학교에서 수업 준비를 해야해서 호텔에 짐을 풀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지민은 수업 준비와 호텔이란 말에 의문을 가졌지. 갑자기 왠 수업 준비? 정국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에 시선을 겨울 쪽으로 돌려본다. “박지민 너 나한테 다음주부터 실습 받을 걸” “설마.. 실습 ...

장을 보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더니, 그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됐다. 바로 석진과 우주. 젠장. 갑작스런 남준의 등장으로 가장 중요한 저 둘을 잊다니, 아차 하기엔 너무 늦은 걸까? 석진이 우주를 안고 들어오자 지민은 쪼르르 달려가며 남준을 가리키며 말하겠지. 형님! 남준이 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거죠? 지민의 말에 석진은 처음 보는 남자를 쳐다보며 ...

자연스럽게 먹을 걸 같이 장을 보고 국정전에 모이게 된 5명. 국정전에 도착하자마자 남준 역시 국정전에 처음 왔던 봄이의 리액션과 마찬가지로 눈이 휘둥그래 해져선 구경하기 바빴다. 야 봄아 여기 실제로 보니까 더 아름다운데? 마당에 저 낙엽들 너무 운치있다. 여기 살면 예술적 감이 절로 떠오르겠어. 남준의 칭찬에 봄 역시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국...

그렇게 머리 속에 불꽃놀이만큼 화려하게 기억된 가을 축제도, 미친듯이 피를 말리던 중간고사도 어느덧 끝이 났다. 정국보다 4일이나 시험이 먼저 끝난 봄은 오랜만에 도서관이 아닌 화실로 자리를 옮겼다. 한동안 그리는 걸 멈췄던 그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시험을 보느라 잠시 들리지 않았다고 그새 먼지가 쌓인 듯한 화실의 묵은 공기를 창문을 열...

자신의 손을 잡고 올려다 보는 정국의 표정은 꼭 한 마리의 말티즈 같았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자신이 뱉지 못했던 말을 어느새 입 밖으로 표현할 수 있게된 정국에게 새삼 놀라며 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 모습이 불안했는지 잡은 손을 흔들며 정국은 제게 시선을 맞춰왔다. 응? 봄아. 내가 잘해줄게. 나랑 만나자. 자신이 있는 듯한 말투지만 그 속엔 ...

“좋아해 한겨울” “나 너 좋아한지 꽤 오래됐어. 너도 내 마음 잘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해. 좋아해 겨울아” 꾹꾹 담은 마음이었다. 제 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7년간 모른 척 하는 너를 보며 성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기대를 품었다. 우린 아직 공부할 게 많은 학생이었으니. 20살. 성인이 된다면 너도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