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sea

잔뜩 날이 선 태도로 정국은 설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 원래부터 남준을 경계하던 정국은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설이 이곳에 온 미스테리가 정확히 풀리지 않았으니. 정국의 입장에선 남준이 설을 행여나 데리고 갈까 겁이 났던 거겠지. 그런 정국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듯 남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정국에게 가까이 다가섰겠고. 두 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며 말한다...

“…월아” 순찰 중 시신으로 너를 만날 거라는 건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는 그림이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너를 품에 안고 목 놓아 울었을까. 석진과 태형 역시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 정국의 뒤에서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곧이어 윤기가 죽은 영혼을 수습하려 용궁에 도착했고, 죽은 영혼을 품에 안고 엉엉 울고 있는 낯선 풍경...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정국이 처음으로 꺼내는 여인의 이야기에 설의 몸이 흠칫했다. 솔직히 말하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모두들 제게 말하기를 용왕님이 이렇게 변하고 웃는 걸 처음봤다며 호들갑을 떨었으니까. 바다정령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설이도 잘 알고 있던지라 자신이 어찌보면 정국의 첫 여자이려나 조금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 ...

요즘 동해바다 바다 정령들 사이에서 제일 이슈가 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제 용왕님의 연애이지 않을까? fm으로 유명한 정국이 늦잠을 잔다? 지나가던 해마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혀를 찼을 것이고, 순찰 시간을 단축하고 빨리 돌아가려고 한다? 온 세상 바닷물이 다 말라버렸다는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었을 듯. 하지만 방금 언급한 두개가 사실이었고 그의 변화...

“수상해…” “뭐가?” “너무 수상해… “ “아니. 왜 우리 바다 와서 쌍으로 난리야. 서해랑 남해는 안 바빠??” “…야 태형아. 내눈에만 이상해?” “… 아니 내 눈에도 이상해.” 지금 이게 무슨 대화냐 하면 사건의 발달은 태형과 석진이 동해 용궁에 놀러오면서 시작되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할 일을 끝낸 저 둘이 동해 용궁에 놀러왔을 거고. 솔직히 말해 ...

모처럼만에 찾아온 여유시간. 평소에 순찰을 돌지 않을 때에도 그의 루틴은 변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씻음 다음 조식을 먹고 간단히 읽을 책을 들어 자신만의 아지트로 가는 것. 조금 더 늦잠을 잘 법도 한데 오늘도 어김없이 정국은 6시에 일어나 기지개를 피고 바로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수영을 좋아하는 정국을 보고 석진과 태형은 이해를...

안녕하세요. 윤설입니다. 제 나이는 34살이고요. 현재 용궁에 살고 있어요. 삶에 치여 동해에 뛰어들었는데 제가 용궁에 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용왕님들 피셜로는 용궁에서는 산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 해서 제가 죽은 사람이냐고요? 얼마 전 용궁에 들린 저승사자 말로는 제가 산 사람이 맞다고 해요. 영혼의 모습이 아닌 육체를 지닌 인...

“와 존나 잘생겼다. 저승사자가 이렇게 잘 생긴 줄 알았으면 진작 죽었지” “…? 야 너 어떻게 여기 들어왔어?” “죽었으니까 여기로 오지. 근데 생각했던 거보다 여기 쾌적하네. 억울하게 살았다고 꼴에 천국으로 보내준 건가?” “천국??” “아 천국이면 저승사자가 아니겠구나. 천사님이네. 천사님. 존나 잘생기셨어요. 진짜. 인간세상에 태어나셨다면 데뷔해서 ...

“속보입니다. 지난 새벽 강릉 앞바다에서 실종된 10대 김oo군이 오늘 12시경 경포해변 모래사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신속히 근처 강릉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저체온증 같은 큰 이상이 없어 의사는 이 모든게 기적이라 하늘이 도왔다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다 볼륨을 줄여버렸다. 하늘이 도왔다고? 지난 밤부터 뉴스에서 떠들썩한 실종 사건이었다.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