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폭스

얌전히 있겠다라는 그 말은 진심이었는지 그 다음 룩북을 찍는 속도가 말도 안되게 빨라지고. 심지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필이라도 받은 건지 착착 진행하는 녀석의 행동에 윤기의 눈에선 꿀이 떨어지기 일보직전. ”전정국 쉬는 시간 동안에 뭐라도 먹였어? 왜 이리 잘해?” ”정국이요? 예…예…먹은 거 같네요.” 그래. 정확히 말하면 먹일 예정이지만…

”자기야 어디야아” 점심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걸려오는 정국의 전화에 같은 팀에서 일하는 희진씨가 부럽다라는 눈빛으로 여주에게 물었다. ”남자친구가 연하라고 했던가요?” ”아뇨… 동갑이에요” 하긴.. 매일 점심시간마다 영상통화로 보고싶다고 애교를 떠는 정국을 보고 있자니 희진씨가 연하라고 물어볼 법도 했다. 졸업을 하고 나서 남준의 회사의 여성복 론칭이 있...

"정국아. 커피 마셨어? 커피 사왔는데 이거 마셔!" "어?" 이제 정국의 과실에서 여주를 보는 건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늑대소굴이나 다름없다며 오지말라고 이를 그르렁거리던 정국이었는데, 그때마다 질투에 눈이 먼 정국을 달래는 것도 결국 여주의 몫이라서. 어르고 달래는 그 모습에 늘 넘어가고 말겠지. 자신과 마실 커피를 사왔다며 캐리어에서...

낑낑거리는 목소리에 먼저 눈을 뜬 건 정국. 이제 막 해가 뜨려고 하는 건지 암막 커튼 사이로 새벽을 알리는 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 빛을 보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내렸을까. 잠결에 뒤척이는 허리가 불편한지 제 품 사이에서 낑낑거리는 여주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맨몸엔 지난 밤 새겨둔 붉은 자국들이 즐비해있다....

굳게 다물렸던 입술아랫입술을 물어버리는 힘에 결국 열리고 뜨거운 혀가 제 입 안을 가로지르며 결국 힘에 못 이겨 넘어가버리고 만다.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몇 번이고 걸어봤지만 정국의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다. 분명 끝나고 보자는 제 카톡 메시지를 읽었기에 집에 오면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이 꺼진 창문을 보아하니 녀석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비밀번호라도 알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집에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보는 건데. 생...

“여주야. 아까부터 왜 이리 집중을 못 해.” ”어? 아…오빠 미안.” 더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돌아서는 정국의 얼굴이 뇌리 속에 둥둥 떠다니느라 윤기의 말에 대답이 느려졌다. 그가 예약한 식당에 가서 아무리 맛있는 밥을 먹어도, 또 그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작업실을 들렸어도. 제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지. [집 앞으로 찾아갈게.다시 대화해....

순간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눈이 마주쳤는데 모른 척 할리가 없어서라고 판단했다. 분명 정국이라면... 사람 많은 과실에서도 티를 내지 못 해 안달인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입구에서 들어가지 못 한채 서있으니 누군가가 제 어깨를 툭 치겠고. 자신을 부른 건 다름아닌 지민. "여기서 뭐해? 안 들어가?" "어.. ??어..들어가." "얼른 가자. 출석 늦을라" ...

남준에게 혼이 나고 난 후 그렇게 셋이서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다. 남준과 윤기 모두 해외에 오래 있었으니 한정식이 먹고 싶다는 그 말에 셋이서 자주 가던 식당에 가기 위해서였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옛 감정에 뭔가가 뭉클했는지 남준은 여주와 윤기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여주랑 너랑 같이 ...

창문 밖에 서있는 윤기의 모습에 놀란 여주가 서둘러 짐을 챙겼다. 아 쪽팔려... 살다살다 윤기에게 남자랑 키스하는 모습을 걸릴 거라곤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차문을 열고 나가려 하니 운전석에 있던 정국이 내려 조수석 차문을 열어주겠고. 썩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정국에게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란 말을 전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기가 팔짱을 끼며 한소...

몇 번의 잠자리를 갖느라 영화는 결국 끝까지 보지 못 했다. 마지막엔 씻지도 못하고 품 안으로 털썩 쓰러졌지.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정국이 내내 참았으니 몰아칠 거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발기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지은 죄가 있으니 제 풀에 지쳐 잠든 자신을 꼼꼼히도 씻겨줬나보다. 땀냄새가 날 줄 알았던 제 몸에서 정국과 같은 바디워...